
가게 문을 열고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오븐을 켜는 것도, 에스프레소 머신을 예열하는 것도 아니다.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을 조금 열어둔다. 그때 남아 있던 커피 향과 전날 구운 케이크의 단내가 섞여 올라온다. 아직 손님이 오기 전인데도, 그 순간만큼은 이미 하루가 시작된 느낌이 든다.
카페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건, 사람들이 꼭 맛만 기억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. 어떤 손님은 케이크보다 접시의 온도를 이야기하고, 어떤 사람은 커피 맛보다 잔을 내려놓을 때 들리던 소리를 기억한다. 처음엔 그런 이야기들이 왜 중요한지 잘 몰랐다. 하지만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, 공간이 남기는 인상이 생각보다 오래 간다는 걸 알게 됐다.
케이크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다. 레시피대로만 하면 큰 문제는 없지만, 그날의 습도나 오븐 상태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진다. 조금 덜 부풀거나, 예상보다 색이 진해질 때도 있다. 예전에는 그걸 실패처럼 여겼는데, 요즘은 굳이 숨기지 않는다. 그날의 결과물은 그날의 컨디션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.
최유진 에디터로서 이 공간을 기록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. 잘 만들어진 메뉴보다, 잘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더 많이 쌓여갔다. 비 오는 날 유독 오래 머물던 손님, 케이크 사진을 찍다 말고 웃던 표정, 커피를 다 마시고도 한참 자리를 뜨지 않던 오후 같은 것들.
이 글을 쓰는 지금도 주방에서는 오븐 소리가 작게 들린다. 오늘의 결과가 완벽할지는 모르겠다. 다만 분명한 건, 이 공간에서 흘러간 시간들은 맛보다 먼저 기억으로 남는다는 점이다. 그 기억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, 이렇게 하나씩 적어두려 한다.